읽어보면 좋은 글 가져왔습니다.

예 절, 인간의 기본 격

사회 진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또래보다 낫게 보여야 할 필요가 있겠으므로 나는 대학생들의 ‘스펙 높이기’ 추구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이 가장 중요한 스펙을 놓치고 있다고 보는데, 그 스펙은 인간의 기본 격(格)인 예의범절이다. 이것이 결여되면 전공 성적이 좋아도, 토익 점수가 좋아도, 사회활동의 기록이 돋보여도 아무 소용이 없다. 다음은 마음 상하는 장면들이다. 

1. 교단에 들어서 첫 마디 말을 하려고 하는데 주목하지 않는 학생. 심지어는 맨 앞자리에 앉고도 옆 학생과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아 교수가 몇 분을 묵묵히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화자(話者)에 주목(注目)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2. 수업 중 껌을 씹는 학생. 수업 중 물이나 커피, 캔 음료를 마시는 것은 좋다. 그런데 껌을 씹는 것은 좀 곤란하다. 학생이 껌을 씹으면 내 눈이 학생의 입에 맞춰진다. 
3. 가방을 책상에 올려놓는 학생. 이것은 상(床)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다. 옆 의자가 비었다면 거기에 책가방을 놓는 것은 좋다. 그렇지 않다면 책가방은 바닥에 놓아야 한다. 
4. 앞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자리에 앉는 학생. 이것은 해당 수업이 사적 시공간을 침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는 의사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 
5. 수업 중 스마트 폰 조작하는 학생, 카톡하는 학생. 일상에서 그렇게 긴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흔하지 않다. 인간이 향후 100년 내에 멀티태스킹에 적합한 존재로 진화하긴 어렵다. 
6. 질문을 막연하게 하는 학생. 질문은 가급적 구체적이어야 하고 시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한 질문이라도 불만족의 표현으로 비춰질 수 있다.
7. 모자와 후드를 벗지 않는 학생. 내 경우 모자 정도는 견딜만하지만 어떤 교수들은 이것을 매우 언짢게 생각한다. 일반적으로는 모자와 후드, 모두 벗는 것이 예절에 맞다. 

이 메일의 사용에 대하여는 일전에 “메일의 기본 격”이라는 글로 내 생각을 학생들에게 알린 바 있다. 그 이후 학생들의 메일이 상당히 좋아졌지만 욕심을 내어 하나를 추가하고자 한다. 학생이 질문 또는 요청이 있어서 교수에 메일을 하고 그에 대한 답신을 교수가 학생에게 보냈다고 하자. 이런 경우 최소한 ‘답신,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도의 재답신을 하는 것이 예절에 맞다. 답신을 한 교수로서는 메일이 잘 도착했는지, 답신 내용이 만족스러웠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재답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이를 빠뜨리는 학생들이 많다. 

고금을 불문하고, 예의범절은 한 인간의 품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나는 내 학생들이 사회에서 ‘재능과 실력이 있다’는 평에 덧붙여 ‘기본이 잘 닦여 있다’는 평을 듣게 되길 소망한다. 나는 내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수들에 최소의 예절을 지켜서 나와 내 동료 교수들에게 마음 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